Ye eun Lee
무모 연작, Artist Statement

티백 하나를 바다에 우려 내기도 하고 온 몸으로 건물을 껴안아 실내온도를 높이려 하기도 했다. 어리석은 행동 같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공장에서 이런 무모를 반복하며 지내왔다. 이날이 그날 같고 그날이 저날 같다. 어제 같은 오늘과 내일 같은 어제가 반복되었다. 산더미같이 쌓인 물건들을 꼬박 하루내내 소분해서 처리해도 다음날 그들은 다시 산더미가 되어 나를 마주했다. 다행히도 내 몸은 금새 일을 하는 몸으로 맞춰져 작동했다. 쉬는 시간에는 다음 일을 하려고 쉬었고 밥을 먹을 때에는 남은 업무를 잘 처리하려고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내일의 일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내가 이런 현장을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지루함을 드러내곤 했다. 언제나 그대로인 탓인지 혹은 믿는 대로 보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이제는 흔해 빠져 닳아 버린 것 같은 노동의 이야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무모한 말을 하고싶다.

마음 쌓기 , Artist Statement

코로나로 온 세상이 불안해하는 시기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산에서 볼 수 있는 돌탑은 돌마다 제 각기 다른 염원과 소원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져 있다. 지극히 평범한 돌을 쌓는다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그들의 마음에 집중하고 싶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평소 힘과 위로를 받았던 평범한 물건들을 받아서 사진을 보게 될 어느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가 되어 준 물건들을 쌓아 올리게 되었다.

공간 쌓기, Artist Statement

산을 오르다 보면 누가 언제부터 쌓아 올렸는지 모르는 다양한 형태의 돌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돌탑은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가며 쌓아 올린 것으로 평범한 돌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균형을 맞추어 의미 있는 탑이 되며 산은 돌탑으로 인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 된다. 내게는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돌탑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관계를 형성하고 균형을 맞추어 관계를 이어간다. 그 모습은 그들이 머무는 공간을 그저 단순한 건물이 아닌 더 의미 있고 살아 움직이게 한다. 나는 하나의 건물 안에서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평범할 지라도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는 의미 있는 물건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들에게 받은 물건으로 공간 속 그들의 관계를 닮은 탑을 쌓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