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하는 공간들은 개인의 소유권이 명확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모든 공간을 물리적, 혹은 감정적으로 가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공간은 끊임없이 사람들 속에서 공유된다. 사람들은 공간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사적인 공간을 찾으려 애쓴다.
나는 온종일 제자리에서 시간대를 나누어 촬영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모습들, 그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들을 지켜봤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분위기와 색들을 나의 모든 감각에 의존하며 포착해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한 장의 사진에 조합하는 작업을 해왔다. 한 순간에 담을 수 없는 빛과 긴 시간이 조합된 이 공간은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또한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지만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부재한 장소. 그것이 나의 ‘NOWHERE’이다.
In this world, all places seem to have clear ownership, but it doesn't. People believe that they own the places physically or emotionally, but the places are shared endlessly. People misunderstand that they can own any places so they try to find out a private place.
I took this picture in one place at different times within a day. I could feel changes of the light and according to it, I could also feel changes of shadows minute by minute. Relying on my senses, I captured the changing air and the color as time went by. Finally, I mixed everything I shot in one picture. This place which contains a combination of light and long period of time became something that exists and doesn't exist at the same time. This place can be felt by senses but does not exist in this world, absented place. It is called ‘NOWHERE’.
나는 나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보다 문득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일일이 전화를 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이름을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로 기억나는 만큼만 말해달라고 했다. 그 중 한 친구는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때가 잘 기억이 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가 같은 반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기억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쉽게 사진을 기억이라고 얘기한다. 같은 반 친구들의 기억 속에는 38명 모두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과 얼굴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가 있었고, 존재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각자의 분열된 기억들 속에서 단체 사진 속의 반은 모두 해체되었고, 이젠 하나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개인이 기억하는 반의 부분들을 모아서 하나의 반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Looking at my high school graduation photo book, I looked up all the contact numbers of my classmates and called each of them. I asked my classmates to tell me the names of friends that they remember. One of my friend said that she couldn’t remember any of them. She also said that she can’t remember her high school time and also doesn’t want to remember that. She couldn’t even remember that I was in the same class with her.
People remind their memories by looking through the pictures. So we easily say pictures are our memories. In my friends' memories, all 38 friends exists. However, there are some who remembers all the faces clearly, but there are also some who remember only some of them. Some were erased in our memories. In those cracked memories, the class in the picture is all scattered and can't be joined as one. Therefore I gathered all individual pieces of memories to make a whole class again.
사람들은 사진 속의 기록된 이미지를 바라보며 그 장면을 자신의 ‘기억’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어떤 장소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대곤 한다. 사진 속의 선명하고, 명료한 이미지의 힘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순간들도 선명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나에게 인상깊었던 장소들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내가 아예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 그 자리에 존재했지만 나는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기억은 머리 속에 입력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그 모습이 변한다. 그것이 점점 지워져 사라지는 것이든, 다른 기억들과 점점 뒤섞여 새로운 것이 생겨나든 사진처럼 명료한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불완전한 기억이미지는 사진과 마주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 지워진 부분이 채워지기도 하지만, 그것도 순간일 뿐이다. 우리의 기억은 끊임없이 무너지고, 부숴지고, 지워지며, 사라진다.
Picture is the record of past things or disappeared things. People say that pictures are their memories. Even myself, I take pictures to remember some places and the moments. The power of image makes me think my memories will be as clear as the pictures. I thought about the things that I couldn't even recognize when I was working in special places, and the existing ones that I could not see.
And I asked myself that those pictures can surely replace all the memories. I believe that memories change as soon as they are put in our brains. Whether it is faded and disappeared or created by mixing up with different memories, it can't be a clear image as a picture. Unsettled memories can be filled up a bit with the pictures but it's only for a little moment. Our memories are keep draining, breaking, expiring, and disappearing.